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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정지용의 시세계를 이미지즘으로 요약하고 비교하여 논의한 그 동안의 연구는 나름대로의 논리적 타당성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초기 시의 세계에서는 이미지즘적 특성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시세계 전체가 이미지즘의 경향을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다"①
본고는 ‘낭만성’ 을 중심으로 하여『정지용시집』에 나타난 정지용의 시의 의미를 구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낭만성의 핵심적 특성은 ‘동경’이다. 풍경은 “미지의 것올 갈구하는 충동”이다.② F. 슐레젤은 “영원히 생성발전하여 결코 완생하지 않는 것"③ 이 낭만성의 본질이라고 규청하고 있다. 슐레젤에 따르면 인생은 정립과 반청립의 종합이므로, “인생은 부단한 생성노력이며 종합에 의해서 상숭적인 발전올 이룩하는 것이다.이러한 영원한 생성 원리의 가능성은 향상 대립적 존재에 대한 촌재에 대한 동경을 야기하게 한다. 또한 낭만성은 ‘지금-여기’의 시간적 •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무한한 세계 로 나아가려는 특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세속적 현실을 초월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추구하며, ‘지금-여기’를 미지와 과거로 대체하는 것이 ‘낭만성’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 초월의 기저에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낭만성 개념 및 정지용의 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그의 문학이 지닌 낭만성을 구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정지용시집] 을 중심으로 정지용 시에 나타난 낭만성을 규명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한국근대시사에서 낭만주의는 주로 과도한 감정의 무절제한 분출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모더니즘이나 이미지즘을 한 마디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듯이, 낭만주의 역시 감정의 자발적 유출이라는 차원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본 논문은 낭만성을 슬픔, 고독과 같은 인간의 정서뿐만 아니라 현실 부정과 과거에 대한 풍경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정지용 시에 나타난 고독 비애 과거에 대한 동경과 같은 요소에 대해 다 루었다.
기존의 논의들은 정지용의 시 세계를 모더니즘 • 이미지즘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입장과 전통지향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입장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대립적 구도를 넘어서서 정지용 시 세계를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파악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논의가 종래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극복하고 정지용의 시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낭만성을 바탕으로 정지용의 시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작품 분석에 근거해 정지용 시의 낭만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2장에서는 정지용 시에 나타나는 원형적 공간 상실과 그로 인한 비애에 대해 고찰하였다. 원형적 공간인 고향은 순수한 공간이자 갈등이 없는 화목하고 조화로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인간을 지탱하는 근본적 토대이다. 이러한 근본적 토대로서의 고향을 앓어버릴 경우 인간이 비애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려운 현상이다. 정지용 역시 이러한 조화로운 원형적 공간에 대한 상실과 그로 인해 비롯되는 비애와 그리움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평화롭고 온전한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본 터전이라는 측면에서 조국 역시 고향과 마찬가지로 원형적 공간의 의미를 지닌다. 고향의 상실이 시의 화자에게 비애를 유발한 것과 같이 조국 상실 역시 시의 화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비애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시인의 현실 인식과 낭만적 동경과의 관계에 대해서 주목했다. 식민지 현실을 심층적으로 파악하지 못할 때 정지용의 내면풍경은 자신감과 홀가분 함으로 가득차며 그 결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을 드러내게 된다. 반대로 사회적, 역사적 현실 인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이 처해 있는 현재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때는 안온했던 과거를 동경하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본 논문은 정지용 시의 내면 풍경으로서 비애와 고독 그리고 풍경이 지니는 의의를 규명하고자 했다. 대상을 포착하는 예민한 감각과 탁월한 언어 능력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정지용은 그러한 언어 감각과 대상의 특성을 한번에 포착하는 감각 능력올 바탕으로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형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20년대의 과도한 감상성을 극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지용의 시에서 낭만적 감상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과거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지용의 시가 지닌 이러한 낭만성이 후기 r백록담j 의 세계에서는 어떠한 양상으로 표출되는지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 둔다.